그룹명/스토리1

무진정

청룡검객 2009. 9. 28. 12:16
물과 나무와 빛의 마술… ‘모네의 정원’거니는 듯
여름 끝자락의 ‘순초록 세상’ 경남 함안 무진정

초록색 한가지만으로 어찌 이렇듯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낼까. 경남 함안의 무진정 앞 연못에는 미처 가을이 당도하지 않아 초록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빛에 따라 채도를 달리하며 반짝이는 초록색을 대하면 마치 인상파 화가가 그린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곳에서 맨 처음 떠올린 것은

모네의 정원’이었습니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가 프랑스 파리 북동부

지르베니에 저택을 사들인 뒤 영감을 얻기 위해

조성했다는 연못이 있는 멋진 정원.

모네의 그림 속에서 정원의 수목들은 빛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매혹적인 색감으로

그려졌지요. 경남 함안 땅에서 만난

무진정이 꼭 그랬습니다.

정자 앞 연못에는 습지식물들이 깔려 있고,

연못 가운데 작은 섬에는 수백년 된

수양 버드나무며 느티나무들이 하늘을 가린 채

가지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연못과 정자 주변은 온통 초록색이었지만,

같은 초록이라도 저마다 다른 채도로

물들어 있어 화려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빛의 방향이 달라질 때마다 색감까지

달라져서 마치 빛으로 가득한 인상파 화가의

그림 속으로 발을 들여놓은 기분이었습니다.

경남 함안은 사실 여행목적지로는

낯선 곳입니다. 가야시대 안라국의 땅이었던

함안에는 고분군 외에는 알려진

이렇다 할 명소가 없습니다. 그러나

함안 땅에 당도한 지 반나절도 채 안돼서,

어찌 이런 곳들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빛나는 연못 정원을

품고 있는 무진정의 정취가 그랬고,

기품 있는 고택 무기연당도 그랬습니다.

남강과 함안천이 만나는 벼랑에 세워진

악양루의 정취도, 그 아래 남강 제방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코스모스 꽃길의 아름다움도

마음을 빼앗기기에 충분했습니다.

함안 땅에는 경치나 풍류뿐만 아니라,

그곳에 깃든 곧고 맑은 정신도

그득하게 고여 있었습니다. 세조의 왕위 찬탈에

벼슬을 버리고 단종의 시신을 거둔 뒤 낙향한

선비 조려가 여생을 보냈다는 채미정에서는

현판 곁에 내걸린 ‘백세청풍(百世淸風)’의

맑은 기운이 청량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성계의 역성혁명을 거부하며 아예

마을 주민들이 세상으로 난 문을

죄다 닫아걸고는 평생 담 밖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고려동에서는 함안 선비들의

곧은 정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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