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이제 못 오나요" 속타는 세종시 주민들
입력시각 : 2010-06-15 17:38
"수정안 거부만이 능사가 아니다. 냉철하게 비교분석해서 무엇이 좋은가를 판단해야 한다. "(최봉식 세종시 원주민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삼성이나 한화,웅진 같은 대기업이 몰려온다고 해서 주민들이 들떠 있다. 안 오면 누가 책임질 거냐."(이해원 연기군청년실업대책위원회 사무국장)
이명박 대통령이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국회 표결에 맡기겠다고 한 이후 충청지역의 세종시 민심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원안 찬성 의견이 여전히 많지만 그에 못지 않게 수정안 찬성도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거센 정쟁이 뒤로 물러나면서 지역주민들 사이에 명분보다 실리가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최봉식 위원장은 정부 대전청사를 예로 들었다. "대전청사처럼 (청사만 올 경우) 식당이나 오피스텔 임대사업 정도 외에 원주민들의 역할과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수정안 찬성 입장을 밝혔다. 행정 기능만으로는 50만 인구 유입도 어렵고 공무원 가족들이 모두 이전한다는 보장이 없어 자족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해원 사무국장은 "지역경제를 일으키는 데는 기업 유치가 최고"라며 "정부가 수정안을 고수하다 국회에 미뤄버려 답답해 죽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온다는 기업들이 원안 회귀에 대비해 다른 곳에 대체용지를 찾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여론이 지난 2월을 기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순덕 충남 연기군 의원은 "수정안이든 원안이든 빨리 추진했으면 좋겠다"면서도 "지난 2월 수정안을 담은 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이후 지역 여론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도 원래 원안 사수 쪽에서 싸웠는데 몇 달 전 수정안 지지로 입장을 바꿨다"며 "개인적 판단으로는 주민들 사이에 원안과 수정안 지지자가 반반"이라고 덧붙였다.
이진희 세종시발전주민협의회 회장(연기군 조치원읍)도 "수정안이 안 되면 연기군 주민들은 1000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분위기여서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그는 "지방선거 결과가 (세종시에 대한) 민심 표출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우리가 만난 지역주민들은 대부분 수정안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선거 후 연기군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만들어 지역신문에 의견 광고를 냈다.
"말싸움 하다 세월만… 지역경제 파탄날 지경"
정부를 거세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치원읍에서 만난 홍모씨(52)는 "전날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를 국회로 넘긴 얘기를 신문에서 봤다"며 "행복도시(세종시)가 들어오기로 한 게 언제인데 아직까지 서울에서 말싸움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홍씨는 "원안이냐 수정안이냐를 놓고 정치권에서 입씨름하는 사이 지역경제는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원안 찬성도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 연기군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이모씨(56)는 "관청이 들어오는 게 확실하지 않겠느냐"면서 "기업들은 정권이 바뀌면 또 안 들어오겠다고 바꿀 수 있지만 행정기관 이전은 법으로 정하면 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연기에 살고 있는 최모씨(52)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우리는 표현했다고 본다"고 짧게 말했다.
원안과 수정안의 대립으로 세종시 문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부동산 열기도 식었다. 세종시와 가까워 수십개의 공인중개업소가 몰렸다는 연기군 남면 연기리에는 현재 달랑 2개 업소만 영업 중이었다. 한 공인중개업소의 최모 대표는 "결정된 것 없이 시간만 흐르자 외지인의 발길이 끊겨 토지 거래도 안 된다"고 전했다.
연기=백창현/김재후 기자 chbaik@hankyung.com
세종시법 법안심사소위 재논의 왜? |
지난해 날치기 통과는 절차상 하자, 일부세력 주장 사실과 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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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8일)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세종시 설치법이 마지막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세종시설치법은 지난해 법안심사소위 논의 과정에서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에 항의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끼리 합의하며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논란이 되었었다.
이런 절차상의 하자로 전체회의에 회부되지 못하고 법안심사소위에서 재논의하게 된 것이다. 또한 당시 논의된 법안에는 시행일자가 2010년 7월 1일로 되어 있어 이미 시행시기가 맞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하여 2010년 6월 23일 제3차 전체회의에서 법안소위로 재회부하기로 결정되었던 사항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난해 법사위를 통과한 것을 다시 논의하는 것은 민주당의 억지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세종시설치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민주당의 발목잡기 때문이라며 그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고 있다.
특히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이 세종시 문제를 정치 쟁점화해 반사이익을 누리려 한다“며 ” 민주당의 진정성에 의심이 든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자유선진당의 당리당략적 정치공세라고 적극 반박하며 세종시 원안사수와 정상출범에 대한 민주당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민주당 박범계 대전시당위원장과 원내 행정실장을 맡고 있는 이서령 대전 중구지역위원회 위원장은 28일 11시 대전시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 세종시설치법이 재부의된 것은 지난해 심사과정에서 민주당을 배제하고 날치기 통과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자유선진당은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무임승차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민주당 소속 충청권 의원들은 최근 세종시설치법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발표했다”며 충북 청원 편입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적 동의하에 해당지역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밟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또한 출범시기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2014년 지방선거 직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권선택 의원의 주장과 달리 “2012년 1월로 결정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진당의 주장에 일부 연기군대책위 관계자들도 동조하는 모양새로 27일 국회를 방문한 이들은 설치법 재논의는 부당하며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에 민주당 책임론을 주장했다.
특히 황순덕 전 의원은 양승조 의원에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난해에 세종시 설치법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는 민주당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이 주적이 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연기지역 내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이 통합을 주장하다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이 지경까지 왔다는 사실이며 그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은 커녕 엉뚱한 데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안 심사를 앞두고 여러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열리는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작년에 논의되었던 심대평 의원 발의법안 뿐 아니라 노영민, 양승조, 홍재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다시 논의될 예정이어서 그 내용이 어떻게 결론이 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현재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소속 위원은 한나라당 진영(위원장), 박대해, 신지호, 안효대, 유정현 의원, 민주당 백원우(행안위 간사), 이윤석, 최규식 의원,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등 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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