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로운 일년을 위한 새 희망 프로젝트 ‘첫 마음 지키기’ |
소원 빌러 가는 길 ‘팔공산 석굴암·갓바위’ |
새로 한 해를 맞았습니다. 새해 첫날의 정갈한 시간 앞에서 결의와 소망 하나쯤 내어보셨습니까. 올 한 해는 참으로 어렵고 가혹한 해가 될 것이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첫 마음으로 품은 희망마저 꺾을 수야 없겠지요. 본디 ‘첫 마음’을 내기는 쉬워도, 이를 끝까지 가져가는 일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새해에 비는 소원이란, 스스로의 의지를 묻는 시간 앞에서 첫 마음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기를 바라는 일에 다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새해의 소원 하나를 깊이 품고 팔공산 자락을 찾아가는 길. 영험하다는 ‘관봉석조여래좌상’을 만나러갑니다. 흔히 ‘갓바위’라고 부르는 석조불상입니다. 영험하기로 소문이 난 곳입니다. 이른 아침 갓바위가 있는 팔공산 관봉으로 오르는 산길은 흰 입김을 내쉬며 새해 소망을 빌러 오르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가파른 계단길을 두 세 걸음마다 한 번씩 쉬면서, 때묻은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으면서도 오르기를 포기하지 않는 촌로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이 품은 소망과 기원이 그만큼 깊은 것이겠지요. 갓바위 부처 앞에는 그야말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습니다. 소원등을 매달아놓은 석불 앞에는 108배를 올리는 사람들로 빼곡하고, 석불이 올라앉은 바위에는 소원을 외며 동전을 붙이는 소망의 손들로 가득합니다. ‘약사여래불’을 외는 독경소리에 맞춰 소원등 아래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이 108배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한 촌부는 찬 바닥에 몸을 낮추고 땅에 머리를 대고 일어설 줄 몰랐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간절한지 방석 위로 눈물이 툭툭 떨어졌습니다. 팔공산 자락에는 갓바위 외에 석굴암도 있습니다. 경주의 석굴암보다 1세기나 앞서 지어졌다는 군위 삼존석굴입니다. 바위 벼랑의 석굴 안에서 불상이 이쪽을 굽어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제단 아래 켜놓은 촛불이 바람에도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몇몇은 두 손을 모은 채 모전탑 주위를 돌고, 다른 이들은 석굴의 불상 앞에서 몸을 낮추고 절을 올립니다. 너무도 간절해 보여서였을까요. 갓바위 부처 앞에, 석굴의 불상 앞에서 머리를 숙인 사람들에게서는 사실 희망에 대한 기대보다는, 삶에 지친 표정들이 먼저 읽혔습니다. 자신의 희망은 누군가 이뤄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취해나가야 하는 것임을 저들도 왜 모르겠습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무거운 짐을 부리듯 소망을 내려놓고는 찬바람 속에서 두 손을 모아 간절하게 기원하는 까닭은, 그 소망의 대상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대개가 가족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가족들의 건강, 자녀의 취업…. 모은 손이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그 소망은 작거나 소박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로또복권 당첨’ 따위의 허황한 소망이 저리도 간절할 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날들이 될 한 해랍니다. 새해에는 누군가를 물리치게 해달라거나, 내가 어떤 자리에 앉게 해달라는 소망은 다 거두고, 첫 마음 그대로 한 해를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 /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이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는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 (정채봉 시 ‘첫 마음’ 중에서). 내 소망이 타인의 고통이 되는 소원보다는, 이렇듯 초심을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올 한 해 뜻하는 소원을 이루는 첫걸음이 아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