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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조의원님!!단식투쟁

청룡검객 2010. 1. 26. 12:51

'충청도 선비정신' 보여 준 양승조의 단식
부친으로부터 한학 배워 삭발 고심…친박계 의원들 "힘내라"
2010년 01월 25일 (월) 16:52:24 서울=김갑수 기자 kksjpe@daum.net
   
 단식 11일째를 맞은 25일, 어김없이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비판하고 있는 민주당 양승조 의원.
언제부턴가 매일 오후 2시가 되면 국회 정론관을 찾는 한 사람이 생겼다. 삭발한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까지 언뜻 보기엔 노숙자와 구별이 안 될 정도이지만,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는 그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느껴진다.

정부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수정안 발표에 항의하며 지난 15일부터 삭발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한 민주당 양승조 의원(충남도당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25일로 벌써 단식 11일째를 맡은 양 의원은 이날에도 어김없이 정론관을 들러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양 의원은 단식 직후부터 매일 비난 글을 발표하거나 정부여당의 세종시 관련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논평을 내는 등 오히려 평소보다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종시 단식 11일째

단식 6, 7일째 되는 날 고비를 겪은 양 의원은 현재에는 기력이 바닥났을 뿐 오히려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평소 마라톤을 완주하는 등 건강을 관리해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단식 현장인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청에 있는 정론관까지 직선으로 약 200m 되는 거리를 이제는 승용차로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 보좌진이나 지역 당원들이 순번을 정해 양 의원과 하룻밤을 보내고 있다.

양 의원은 단식과 함께 정운찬 국무총리가 읽었다는 책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를 비롯해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이라는 법정 스님의 법문집을 머리맡에 두고 틈이 날 때마다 보고 있다.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도 양 의원의 하루 일과 중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이라고 한다. 지역구인 천안에서 온 지지자들을 비롯해 충남지역 당원과 행정도시 사수 연기군 대책위 관계자들,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가 양 의원의 단식 현장을 다녀갔다.

친박계 의원들 “승리를 기원합니다” 양 의원 격려 잇따라

양 의원을 격려하는 동료 의원들의 발걸음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세종시 사수 투쟁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은 방명록에 “힘내시고 건강 유의하시길”(유승민 의원) “양 의원님의 승리를 기원합니다”(한선교)라는 글을 남기는 등 마음으로나마 동참하고 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도 “세종시 원안 사수는 균형발전의 핵심! 양 의원님 힘내십시요!”라고 적는 등 양 의원은 어느새 국회 내에서 세종시 사수 투쟁의 상징적인 인물이 된 분위기다. 정당을 떠나 양 의원을 격려하는 문자 메시지도 많다고 한다.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양 의원의 단식농성장에는 유승민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의 격려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양 의원의 지지자들은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해 투쟁할 수 있는데 굳이 몸을 상하면서까지 단식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 의원의 부인 남윤자 씨는 매일 천안과 서울을 오가며 남편을 돌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양 의원은 지난 15일 천안에서 열린 민주당 행사에 앞서 마지막 순간까지 삭발을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양 의원의 부친은 상투 머리에 도포만을 입었던 한학자로 “신체발부(身體髮膚) 수지부모(受之父母) 불감훼상(不敢毁傷) 효지시야(孝之始也)”라는 가르침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

부친으로부터 한학 배워…“충청도 선비정신의 또 다른 발로”

청와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고는 있지만 일부 언론에 ‘몰락한 양반 비유 보고서’란 기사가 보도되면서 양 의원은 격한 분노를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충청인의 자존심을 짓밟고, 모멸과 모욕을 일삼는 행위”라며 “충청인의 나라에 대한 충정과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자부심을 더 이상 모욕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보좌진도 마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식사시간이 되면 의원실마다 식당으로 향하지만, 양 의원의 단식이 계속되면서 보좌진 역시 끼니를 거르기 일쑤라고.

양 의원의 한 측근은 “의원께서 단식 중인데 우리라고 마음 편하게 식사할 수 있겠나?”면서 “양 의원은 부친으로부터 한학을 배워 전형적인 충청도 선비정신을 지닌 분이다. 세종시 문제로 충청인들의 자존심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양 의원의 단식은 충청도 선비정신의 또 다른 발로로 봐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민주당 충남도당은 이날부터 천안역 광장에서 릴레이 단식을 진행하며 양 의원의 투쟁에 힘을 실을 방침이다. 세종시 원안 관철에 얼마나 더 많은 충청인의 삭발과 단식이 있어야 하는지 생각하면 착잡해질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