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상사

여기도 함 가봅시다!!!

청룡검객 2009. 9. 5. 15:35


금오산 정상인 현월봉 바로 아래 암봉에 들어선 약사암. 어찌 저런 곳에 절집을 앉힐 생각을 했을까. 우람한 암봉 아래 위태롭게 매달린 절집을 바라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암자 건물은 1985년에 지어진 것이지만, 절터의 내력은 삼국시대까지 올라간다.


금오산 약사암을 바라보는 특급 전망대인 건너편 봉우리 정상의 돌탑들. 암자를 찾은 신도들이 돌탑 주변에 돌을 쌓아 거북이 형상과 여자가 두 손을 모아 합장하는 모습을 만들었다.

도선선사가 득도했다는 금오산 도선굴. 영험한 기도처로 알려져 인근 주민들이 우람한 직벽 바위의 사면을 철근을 박아 만든 난간에 의지해 이곳을 찾아온다.

절벽 동굴에다 암자를 반만 지어 붙여 놓아 ‘반쪽 절집’으로 불리는 문수사 사자암.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풍경’을 가려내는 손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 바로 공중파 TV의 방송 시작과 종료를 알리는 시간에 흘러나오는 애국가의 배경 화면을 찾아보는 겁니다. 장엄한 애국가의 선율 속에서 동해의 추암 촛대바위나 거제 해금강의 사자바위, 제주한라산 윗세오름 등의 절경이 화면 가득 펼쳐집니다.

대개명성이 알려진 익숙한 곳들인데, 어느 날부터 화면에 낯선 풍경 하나가 끼어들었습니다. 기운차게 솟아 있는 암봉 아래 암자가 제비집처럼 매달려 있는 풍경. 암자 아래쪽으로 구름다리가 걸려 있고, 구름다리 끝의 위태로운 암봉 위에는 종루가 앉아 있습니다. 과연 저곳이 우리나라가 맞을까 싶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전경입니다.

그곳이 바로 경북 구미 금오산의 약사암입니다. 돌탑을 쌓아놓은 건너편 봉우리에 올라서 약사암을 내려다봅니다. 우람한 암봉과 절집, 그리고 멀리 그 뒤로 펼쳐지는 마을의 모습이 어찌나 빼어나던지요.

하기야 약사암이 아니더라도 금오산에는 우렁차게 쏟아지는 대혜폭포도 있고, 깎아지른 암봉의 비탈면을 아슬아슬 다듬어 만든 길을 따라가면 나타나는 도선굴도 있습니다. 모두 다 빠뜨리면 아쉬울 곳들이지요. 하지만 이런 풍경을 보자면 장딴지 근육이 제법 뻑뻑해지는 가파른 산길을 차고 올라야 한답니다. 금오산은 해발 976m에 불과하지만, 길이 바짝 일어서 있어 숨이 턱까지 차오릅니다.

아마도 애국가 배경 속의 약사암이 사람들 사이에서 덜 알려졌던 것도 이런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이겠지요. 사실 구미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단어는 ‘공단’입니다. 일찍이 1970년대에 대규모 공단이 들어섰을 정도로 산업화된 공업도시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구미나들목 부근을 지날 때마다 도시 한복판을 흘러가는 낙동강의 정취보다, 줄지어 늘어선 대규모 공단의 일사불란함과 공단 일대의 황량함에 먼저 눈이 가곤 했습니다. 아무래도 여행지로는 익숙하지 않은 곳이었지요.

하지만 막상 구미로 들어서 보니 의외로 목가적인 풍경들이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한적한 들판에는 이삭이 막 팬 벼들이 물결치는 논들이 펼쳐져 있고, 돌담에 가지런히 깻단을 말리는 농가들에서는 청정한 가을 냄새가 짙었습니다. 비록 거친 개발의 공간과 이웃하고 있으되, 경관이 빼어난 명소들도 한두 곳이 아니었습니다. 구미는 신라시대에 찬란한 꽃을 피웠던 해동불교가 시작된 곳이고, 영남 사림파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공단의 뒤편에 가려져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구미의 숨은 멋을 찾아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