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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 소식이 온 국민을 충격과 허탈감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 소식이 온 나라를 충격과 허탈감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이 무엇이었지 등과는 상관없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대한민국 정치문화의 새 장을 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그를 애도하는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인생이 충청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은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이 바로 충청인이었고, 그의 핵심 공약인 행정중심복합도시(당초 신행정수도)가 여전히 충청인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충청권, 2002년 대선서 ‘바보 노무현’ 대통령 만들어
또 하나, 대통령 재임 당시 발생한 탄핵 역풍이 현재의 지역 국회의원 중 상당수를 정계에 입문시켰다는 점 등을 볼 땐 이런 인연이 없어 보인다.
2002년 대선 당시로 돌아가 보자. ‘바보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 데는 충청인의 역할이 컸다. 그의 핵심 공약인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에 총 유권자수의 9.9%로 캐스팅 보트인 충청권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줬다.
노무현 후보는 대전과 충남, 충북에서 이회창 후보를 7%~15% 가까이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이런 탓에 당시 언론들은 “충청도가 노무현을 당선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해서 '노무현과 충청도'의 인연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탄핵역풍으로 2004년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충청권 압승
그렇게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인생은 순조롭지 못했다. 2004년 3월,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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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충청권 압승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탄핵에 반대하는 노사모 회원 및 시민들이 집회를 갖고 있다) |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은 “자업자득이자 당연한 결과” “헌정질서를 세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고, 30여일 이후에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충청권 24석 중 19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그 때 국회에 처음 입성한 권선택·박상돈·이상민·양승조 의원 등은 지금은 당을 달리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후폭풍 덕(?)을 입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충청 정치판 지각변동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인 신행정수도 건설이 2004년 10월 헌재의 위헌판결을 받으면서 충청권은 큰 충격과 혼돈에 빠져들었다. 연기군을 중심으로 충청권 전체가 연일 들끓었고 집회 등이 잇따랐다.
정치권은 곧바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 마련에 분주했고, 2005년 3월 12부 4처 2청을 연기·공주로 이전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이 가결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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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20일 열린우리당 입당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염홍철 전 대전시장. | 그러나 지역 정치권은 요동쳤다. 염홍철 당시 대전시장은 “행정수도건설에 반대해 온 정당에 더 이상 남아있을 수 없다”면서 한나라당을 탈당, 잠시 뒤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또 심대평 당시 충남도지사는 신행정수도의 성공적인 건설을 기치로 내걸며 현재의 자유선진당을 있게 한 ‘중부권 신당’ 즉 국민중심당을 창당하기에 이른다.
이밖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충청권의 인연은 많다. 대통령 별장인 충북의 청남대를 전면 개방한 것도 그였고, 최 측근인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이 충남 논산 출신이라는 점도 노 전 대통령을 더욱 살갑게 만들어 왔다.
세종시법 통과 지연 등 행정중심복합도시 ‘미완의 과제’ 남겨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충청인 모두의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는 이유는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라는 미완의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세종시 망국론”을 외치며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고, 당연히 이행돼야 하는 이전기관 변경고시 등도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세종시법은 17대 국회를 넘어 2월, 4월 국회에서조차 마무리 짓지 못한 채 6월로 넘겨진 상태다. 이 역시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대전시당 선병렬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신행정수도 공약으로 충청권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그는 ‘충청권이 국가의 중심 역할을 맡아야 국가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는 신념을 가졌던 분”이라며 “6월 국회에서 세종시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노 전 대통령이 못 다 이룬 과제를 완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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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성공적인 건설이라는 미완의 과제를 남겼다. (지난 2007년 7월 20일 행복도시 기공식에 참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 |
충북경실련은 23일 논평을 내고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의 수도권과밀집중과 지방 황폐화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 살리기 3대 특별법을 제정해 행정도시·혁신도시 등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비롯한 지방분권 및 국가균형발전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다가 퇴임 후 곧장 지방으로 낙향한 대통령으로 국민들 가슴속에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투신 직전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는 짧은 유서를 썼다. 그러나 우리 충청인과 균형발전을 염원하는 모든 국민,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정치인 모두에게 ‘행복도시의 성공적인 건설’이라는 과제를 남겨줬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2007년 2월 27일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합동 인터뷰서 노무현 대통령 발언]
“행정도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갑니다. 정권을 담당하는 정당은 바뀌지요. 정권은 바뀌지만 국가 그리고 정부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임 정부가 한 것을 뒤집을 수 있는 일이 있고 뒤집을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성격상 되돌릴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
더욱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바람직한 것은 이름이 꼭 행정수도가 아니라 할지라도 정부부처 행정기관은 다 함께 그곳에 가는 것이 순리입니다. 장차 그것은 행정도시가 가다가 유야무야 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 정부의 중요한 입법기관, 사법기관은 그렇지 않습니다. 민원기관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지만 나머지 입법기관들은 다 그 세종시로 그렇게 앞으로 모아져야 합니다. 그것은 다음 정부의 과제라고 그렇게 생각하고요, 그 문제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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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2월 한국인터넷신문협회 공동 인터뷰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지속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