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덮인 영산강서 만난 ‘몽환의 봄날’ |
연산강과 얽힌 사연들과 노래들이 많은 전남 나주는 예로부터 호남의 곡창지대로 삼국시대부터 수 많은 전란의 길목이기도 한 고장입니다~~ 그 영산강가의 몽환적인 봄날의 사진이 마음에 들어 날라왔습니다~ |
영산강을 찾아간 것은 푸른 새벽 무렵이었습니다. 아직 해가 뜨기 전, 새벽 강이 밤새 길어 올린 안개로 강변은 온통 몽환의 세상이었습니다. 발아래 강줄기를 따라 낮게 가라앉은 안개가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끓어넘쳤습니다. 범람한 안개는 이제 막 이삭이 패기 시작한 청보리밭을 덮고, 마을을 덮고, 구릉까지 차올랐습니다. 강변의 세상이 온통 몽환의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풍경. 만일 여행의 목적이 오로지 ‘풍경에만 바쳐진 것’이라면, 이런 풍경 앞에서 더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이곳은 영산강이 너른 들을 관통해 흘러가는 전라남도 나주 땅입니다. 나주의 벌판을 흘러가는 것은 강물이나 안개만이 아닙니다. 영산강 물길을 따라 오랜 삶도 흐르고, 이야기로 가득한 역사도 흐릅니다. 고려 태조 왕건이 우물가의 처자로부터 버드나무 잎이 띄워진 물그릇을 받은 곳도 나주 땅이고, 400년 전 부임한 수령 유석증의 전설과도 같은 선정과 청렴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도 나주입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의 따스하면서도 서글픈 곡조가 만들어진 곳도 영산강변입니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아픈 역사와 근대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역시 영산강변의 영산포랍니다. 지금은 물길이 막히고 말았지만, 오래전에는 목포의 포구에서 돛을 높이 달아맨 배들이 나주의 영산포까지 거슬러 올라왔다지요. 영산강은 때로는 유순하게, 때로는 굽이치면서 세월을 건너고 물길을 굽이돌아 목포 앞바다로 흘러내려갑니다. 이제 구릉을 뒤덮던 배꽃들은 거의 다 지고 말았지만, 영산강변과 강 안쪽 자그마한 섬들에는 노란 유채꽃이 한창입니다. 절정에 이른 유채꽃의 노란빛이 너무도 선명해서 마치 노란 물감이 묻은 붓을 물통에 담갔을 때처럼 강물마저 노랗게 물들일 것 같습니다. 너른 나주평야에는 이제 막 이삭이 팬 청보리의 물결이 넘실거리고 보라색 자운영들도 한창입니다. 한새봉 아래 너른 강변에 심어놓았다는 양귀비들도 이달 말쯤이면 선혈처럼 붉게 피어오르겠지요. 봄날의 나주에는 여행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이 있습니다. 전남산림환경연구소의 아담한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지금 새로 돋아난 연초록 신록으로 황홀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인근의 도래마을에서는 고색창연한 한옥과 담쟁이넝쿨이 돋아난 돌담의 정취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소 등처럼 부드러운 산들로 사방을 둘러친 고즈넉한 절집 운흥사에 들면 절집의 빈 공간을 가득 메우는 새소리 하나만으로도 귀가 즐거워집니다. 작은 고개 하나 너머 불회사 절집으로 드는 길에서는 몇 번이고 발걸음이 멈춰질 겁니다. 어둑한 편백나무 숲길 사이로 볕을 받은 단풍나무가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을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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