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검객 2009. 8. 31. 11:12
다시 광야로 나간 심대평의 노림수는?
누구도 예측 못한 시나리오…신당창당은 현실적으로 힘들 듯
2009년 08월 30일 (일) 23:01:26 김갑수 기자 kksjpe@daum.net
   
 심대평 대표가 자유선진당을 탈당하면서 지역 정가에 전혀 새로운 이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심 대표의 신당창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중론을 이루고 있다.

심대평 대표의 자유선진당 탈당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그동안 심 대표는 이회창 총재 중심의 당 운영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처럼 전격적으로 탈당을 선언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심 대표실이 긴급 기자회견 사실을 문자로 발송한 시간은 30일 오전 11시 45분. 기자들은 곧바로 회견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취재에 돌입했으나, 심 대표 측 그 누구도 전화를 받지 않는 등 기자회견이 예정된 시간인 오후 2시까지 철저한 보안유지가 이뤄졌다.

심대평 “이 총재와 당 함께 못 한다” 자유선진당 전격 탈당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심 대표가 총리카드를 받는 대신 자유선진당은 탈당하는 것 아니냐?”는 오판이 나왔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 역시 심 대표의 총리입각을 기정사실화한 채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논평을 내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심 대표가 탈당의 배경으로 밝힌 이유는 “더 이상 이회창 총재와 당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 심 대표는 그러면서 “총재로 인해 당의 운영이 왜곡되고 있다” “구태적 사고에 함몰돼 있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등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면서 탈당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심 대표는 특히 “나를 당 내 분열 세력으로 보는 시각 때문”이라고 탈당의 이유를 밝혔지만,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쌓여온(?) 것도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심 대표가 이날 오후 공주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가 살아온 과정을 보면, 참고 견디다 이것이 결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틀림없이 새로운 길을 찾아왔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심 대표의 탈당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역시 자유선진당이다. 당장 교섭단체의 유지 조차 어렵게 됐다. 이회창 총재는 심 대표의 기자회견 소식을 들은 직후 회의를 소집, 대책회의에 돌입했다. 이 총재 역시 심 대표의 탈당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충청도 정당 창당? 현실적으론 쉽지 않을 듯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의원총회 직후 심 대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공주로 향하기로 했으나, 31일 서울 수유리에서 의원연찬회를 마친 직후 내려가기로, 한 템포 속도를 늦췄다.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공주로 내려온다는 소식을 접한 심 대표는 그러나 “내가 지금 쇼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제 심 대표의 향후 행보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인 스스로 “정치 신인들과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힌 이상 신당창당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현 상황에서 신당창당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을 이루고 있다. 국민중심당 창당 당시에는 기존의 자민련이 급속한 쇄락의 길을 걷고 있었던 만큼, 새로운 ‘충청도 정당’에 대한 바람이 일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자유선진당이 엄연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충청도 정당’의 탄생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당 창당을 위해선 최소 3, 4명 이상의 현역의원이 동반탈당을 감행해야 하지만, 자유선진당 의원 중 심 대표와 한 배를 타고자 하는 인물은 전무해 보인다. 최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명수 의원도 “전혀 상의가 없었다…탈당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한 발 물러서고 있다.

당분간 무소속 상태 유지…충청권 제3세력과 손잡을 가능성도

물론 이준원 공주시장을 비롯해 공주·연기지역 선출직 인사들을 중심으로 심 대표와 동반 탈당하겠다는 인사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만으로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심 대표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 정치행보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으로 다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앞서가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를 놓고 보면 심 대표는 당분간 무소속 상태를 유지하면서 그가 그동안 부르짖었던 ‘충청의 이익’을 명분으로 기존의 정치세력에 합류하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해 진다.

또는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들이 이회창 총재가 아닌, 심 대표 자신을 중심으로 뭉쳐주길 기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 대표 역시 “그 분들을(자유선진당 의원들) 아끼고 있다” “함께 손잡고 선거를 치룬 분들을 남겨두고 탈당했다”라고 밝히는 등 소속 의원들에 대한 애정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심 대표의 탈당이 내년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자유선진당은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대표라는 양 축을 통해 차기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압승을 거두겠다는 복안이었으나, 심 대표의 탈당으로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오죽했으면...” vs “명분 없는 탈당일 뿐” 양 측 엇갈린 반응

일각에서는 자유선진당과 심 대표 모두 서로가 없이는 지방선거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다시 손을 잡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심 대표가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충청권 제3 정치세력’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물론 실현 가능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또 하나, 이번 탈당이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대표 간 권력다툼의 결과물로 볼 경우, 당과는 무관하게 두 거물의 정치적 손익계산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심 대표를 지지하는 인사들은 “그동안 심 대표가 참을 만큼 참았다. 이 총재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심 대표의 한 측근은 “'심 대표가 오죽했으면 탈당했겠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이 총재가 큰 타격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 총재 측 인사들은 “자유선진당이 버티고 있는 만큼, 심 대표가 탈당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심 대표의 탈당은 명분이 없는 악수(惡手)일 뿐”이라고 보고 있는 분위기다.

세종시(법) 등 충청권 현안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부분도 지켜볼 대목이다. 심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탈당을 했다고 해서 지역의 문제를 외면할 순 없다”고 말하며 세종시 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혔으나, ‘힘의 분산’이라는 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많을 거란 분석이 중론이다.

정치입문 3년 여 동안 격동의 인생…향후 행보 관심 집중

그동안 심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등을 통해 세종시(법) 추진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무게 중심을 세종시에 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자유선진당이 심 대표가 없는 상태에서 이 문제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처럼 심 대표의 탈당은 또 다른 이슈들을 생산해 내면서 당분간 지역 정가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동안과는 달리 심 대표의 이번 탈당은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된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많아, 향후 심 대표의 행보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자민련 탈당, 국민중심당 창당, 자유선진당 창당, 탈당 등 정치입문 이후 불과 3년여 동안 격동의 정치인생을 보낸 심대평 대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