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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 과메기...

청룡검객 2007. 12. 16. 16:03
전설의 ‘청어 과메기’가 돌아왔다 !
영덕 오랜만에 대풍… 사라진 ‘옛맛’ 되살려

매서운 해풍이 부는 경북 영덕의 창포마을에서 청어 과메기를 만드는 모습. 청어 과메기도 꽁치 과메기와 마찬가지로 손질하지 않고 그대로 말리는 통마리(위 사진)와 머리와 내장을 떼어내고 말리는 배지기가 있다. 배지기는 한 마리씩 널었다가, 이를 두름에 꿰어 다시 해풍에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이제는 다 사라지고 없는 줄 알았습니다. 꽁치로 만든 과메기가 득세하면서, 청어를 얼리고 녹여서 만든 과메기는 이제 ‘전설’로만 남아있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원래 과메기는 청어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남획으로 청어의 씨가 마른 데다, 동해바다의 수온이 오르면서 한류성 어종인 청어가 연안으로 붙지않아 청어 과메기는 오래전에 명맥이 끊기고 말았지요.

청어로 만든 과메기가 사라지면서, 대신 흔전만전한 꽁치로 만든 과메기가 ‘진짜’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청어 과메기는 마치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남게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동해바다로 그 전설을 찾아나선 길. 경북 영덕의 작은 어촌마을에서 이제는 다 없어졌다던 청어 과메기를 찾아냈습니다. 기름진 청어가 두름으로 엮어져 덕장에 널린 채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에 잘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그 맛이야 어떻든, 반갑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청어에 손이 달려있다면 악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경북 영덕읍 창포리 3구. 지금은 자취조차 없지만, 발동선이 나오기 전 이 마을 앞바다는 돛단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나가는 어민들이 북적이던 포구였답니다. 이 포구에는 유독 청어가 많이 나서 겨우내 추녀 아래 굴뚝 곁에 청어를 매달아놓고 차가운 해풍에 꾸덕꾸덕 말려 과메기를 만들어 먹었다는군요.

그 맛을 못 잊던 유외종(67)씨가 몇 년 동안 서너 두름씩 만들어 먹던 것인데, 올해 마침 청어가 풍년이어서 인근의 네 가구와 함께 청어 과메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청어 과메기를 만들어내는 곳은 전국에서 이 다섯 집이 유일하지 싶습니다. 청어 과메기가 다시 등장한 것은 예년에는 그림자도 비치지 않던 청어가 올해 동해바다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올 한 해 동안 11월까지 잡힌 청어만 해도 2173t에 달한답니다. 지난 2002년 청어어획고가 고작 86t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대풍 중의 대풍’인 셈입니다. 창포마을의 촌로들은 어린 시절 북쪽 처마 아래 굴뚝 옆 그늘에 매달아 낮이면 굴뚝 연기에 녹았다가 밤이면 얼기를 반복해 만들었던 청어 과메기에 대해 이야기해줬습니다.

요즈음 과메기야, 미역과 김에다가 파와 초장을 곁들여 싸먹지만,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잘 마른 청어 과메기는 산초를 넣어 맵싸하게 담근 김장 김치 이파리에 싸먹으면 구수하고 착착 감기는 맛이 그만이었다는군요. 알을 꺼내서 만든 짭조름한 청어알젓도 기가 막혔다하네요.

청어를 매달던 마을 주민 강선자(여·65)씨가 청어 과메기를 알아본 외지인이 반가웠는지 금방 담근 김장 김치에 쭉쭉 찢은 청어 과메기를 내왔습니다. 김치에다 과메기를 싸서 입에 넣었습니다. 도톰하고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과 구수한 맛은 꽁치 과메기보다 단연 한 수 위였습니다.

청어 조황이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동해를 다시 찾아온 청어가 언제 또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지요. 하지만 올겨울만큼은 청어 과메기를 실컷 먹을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영덕의 강구항 아래 계항에서 5t 남짓한 ‘청어바리(청어잡이)’ 고깃배 10척이 영덕 앞바다에 안강망을 펼쳐놓고 매일 새벽 그물을 걷어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겨울 영덕의 바닷가 마을을 찾는다면, 요사이 그물이 찢어질 듯이 잡힌다는 쥐치회 맛도 보고오시길 권합니다. 쥐치 역시 올해 27년 만의 대풍을 맞았다는군요. 그리고 겨울철 영덕의 비장의 먹을거리로 꼽히는 ‘꺼끌가자미’도 빼놓을 수 없지요. 등판이 꺼끌꺼끌하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는데,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라네요. 외지에서는 ㎏당 20만원선을 훌쩍 넘는다는데 영덕의 바닷가 쪽에서는 ㎏당 10만원 안쪽으로 맛볼 수 있다는 군요.

아 참, 영덕의 간판음식인 대게는 금어기가 끝나 이달부터 잡아 올리고 있지만, 1월이나 돼야 다리에 살이 차올라 제 맛을 낸다니 이것도 참고하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