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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표와 1표의 차이?

청룡검객 2007. 3. 20. 21:05
이명박 48표 1위, 박근혜 1표 '최하위권'
[기획 설문조사] 증시전문가 118명이 뽑은 '경제 대통령' 후보는
텍스트만보기    김연기(yeonki75)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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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박근혜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선필승대회 및 정책세미나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증시전문가들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경제 대통령'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 꼽았다.

<오마이뉴스>가 3월 13일부터 16일까지 12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및 펀드매니저 1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대선주자로 이 전 시장이 선정됐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그 뒤를 이었고 이 전 시장과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전체 19명(기타 응답 이해찬 포함) 후보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증시전문가들은 차기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둬야 할 경제정책으로 '기업투자 환경개선(규제완화)'을 지목했다. 또 지난 4년 동안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10명 중 4명이 '낙제점'(60점 이하)을 줬다.

'탈당' 손학규, 시장 이해도 타후보 압도

ⓒ 오마이뉴스 고정미
이 전 시장이 증시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대선주자로 조사됐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가 예상되는 인물 중 시장에 대한 이해가 가장 깊은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설문에서 이 전 시장은 전체 응답자의 40.7%인 48표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지난 19일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강도높게 비판한 손 전지사가 이 전 시장 뒤를 이었다. 손 전 지사는 응답자의 27.9%인 33표를 얻었다. 손 전 지사는 최근 일반 국민들에겐 6% 안팎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시장에 대한 이해도는 여타 후보들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가 12표(10.2%),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10표(8.4%)를 얻었다. 반면 이 전 시장과 지지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단 1표 밖에 얻지 못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표가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시장에 대한 이해는 여타 후보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밖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5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2표, 한명숙 전 총리가 2표를 얻었으며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1표를 얻는데 그쳤다.

이 같은 수치는 국민들의 대선후보 지지도와 시장에서 바라보는 인식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지난 16일 <문화일보>의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정동영, 강금실, 김근태, 천정배, 노회찬, 정몽준, 권영길 순)와 이번 조사 결과(이명박, 손학규, 문국현, 정운찬, 유시민, 한명숙, 고진화, 김근태, 원희룡, 박근혜 순)를 놓고 상위 10위권 후보를 비교해 보면, 이 전 시장이 양쪽 모두 1위에 올랐다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 안정보다는 규제완화를"

ⓒ 오마이뉴스 고정미
그렇다면 일반 국민들의 지지도와 증시전문가들의 인식 사이에 이처럼 간극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흥미로운 사실은 증시전문가들로부터 5표 이상을 받은 상위 후보 5명 모두 '경제'와 관련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대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경제'에 있음을 웅변해주는 대목이다.

설문에 참여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후보'라는 것은 바꿔 말하면 '시장이 가장 바라는 후보'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증권시장에 참여하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은 경제적 관점에서 현재가 아닌 미래의 변화를 선(先)반영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기업하기 어려운 사회'로 인식했다. 또 증시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세로 접어든 것으로 내다봤다.

'차기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둬야 할 경제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란 설문에서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50명이 '기업투자 환경 개선(규제 완화)'을 꼽은 반면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고 답한 이는 20명에 그친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보다 '양극화 해소'(29명)가 오히려 더 시급한 경제정책이라고 증시전문가들은 답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정책에 힘입어 부동산 시장이 차츰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지난 4년 간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선 대부분의 증시전문가들이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전체 응답자의 40.3%인 47명이 '60점 이하'라고 답했다. '60~69점'도 24명에 달해 10명 중 6명은 'D이하' 점수를 줬다. 반면 '90점 이상'의 후한 점수를 준 응답자는 5명에 불과했다.

정운찬 전 총장, 재경부장관 적합 1순위

ⓒ 오마이뉴스 고정미
이와 함께 증시전문가들은 현 경제팀도 그다지 신임하지 않았다. '3대 경제관료인 재정경제부장관, 금융감독위원장, 경제수석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묻는 설문에서 '정운찬-황영기-한덕수' 팀이 현 '권오규-윤증현-윤대희' 팀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정운찬 전 총장이 재경부장관에 적합하다고 답한 증시전문가는 28명에 달했다. 반면 권오규 현 부총리 유임은 16명에 그쳤다. 금감위원장에 적합한 인물로는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36명으로 윤증현 현 위원장과 똑같은 지지를 받았다. 경제수석으로는 한덕수 총리 후보자가 2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황영기 회장(21명) 순이었다.

또 증시전문가들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추진'(62명)을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시장적인 정책으로 뽑았다. 이어서 '자본시장통합법 추진'(8명), '환율안정정책'(2명) 순이었다.

반면 가장 반시장적 정책으로는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52명)를 선정했다. 다음으로 '부동산 보유세'가 11명, '분양가 상한제' 6명으로 부동산 관련 정책이 반시장적 정책 상위를 독차지했다.

한편 증시전문가들은 대선의 해인 올해 우리 주식시장이 2분기를 바닥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4분기에 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종합주가지수는 1600선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전체 응답자의 61%(68명)가 4분기에 주식시장이 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2분기가 고점일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5%(6명)에 불과했다. 종합주가지수 최고점에 대한 예상치로는 73%(81명)가 16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