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로만 보면 이완구 충남지사는 재선 안정권에 들어 있다. 일단 한나라당 안에 뾰족한 경쟁자가 없다. 한나라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 지사가 40% 가까이 호명되는 데 반해, 전용학·김학원·홍문표 전 의원 등 자천타천 거론되는 다른 후보들은 한 자릿수 지지에 그쳤다. 친박 성향인 이 지사를 겨냥해 친이명박계가 내놓을 만한 카드로 꾸준히 거론되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역시 4.1% 지지밖에 얻지 못했다.
민주당·자유선진당 유력 후보와 벌인 가상 대결에서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소 수치가 출렁였지만, 대부분 오차 범위를 넘기는 우세를 나타냈다(오른쪽 <표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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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수 9월9일 세종시 건설 현장을 찾은 민주당 지도부. 야당은 충청권의 반MB 정서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 이런 ‘독주’ 체제는 그간의 업무 성과에 대한 도민들의 긍정적인 평가와도 연동된다. 이 지사는 지난 6월 190명으로 구성된 도정 평가단을 직접 꾸렸다. 2006년 선거 때 내건 공약의 이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달라는 취지였다. 여기에는 그만큼 성과를 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이 지사 측은 “지난 7월 기준으로 100대 공약 사업 가운데 56건은 완료했고 48건은 정상 추진 중이다”라고 자랑했다. 특히 임기 내 기업 1000개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은 이미 2100개를 유치해 250% 초과 달성했다고 한다. 이런 ‘실적’ 덕인지 이번 <시사IN> 조사에서도 이 지사의 도정 운영에 대해 ‘잘한다’는 평가(55.9%)가 ‘잘못한다’는 평가(18.9%)를 압도했다(<표1> 참조).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지지층에서도 긍정 평가가 더 높았다.
하지만 이 지사에게도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충청권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세종시 축소 논란이다. 특히 정운찬 총리 카드가 “충청 사람 앞세워 충청도 물먹이려 한다”라고 받아들여지면서 지역 정서는 악화 일로다. 이런 추세라면 아무리 이 지사가 경쟁력이 있다 한들 ‘한나라당 후보’를 찍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후보 바꾸면 야당이 승리
이 때문일까. 이완구 지사는 세종시 문제에 지사직을 걸었다. 그렇다고 당을 갈아타지는 않을 태세다. 한 측근의 말마따나 “당장 재선에 성공할 수는 있을지언정 대의명분을 잃기 십상”이어서다. 따라서 이 지사가 아예 출마를 포기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지사 역시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물러나 있을 때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이 지사가 더 큰 꿈을 꾼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제 관료 3년, 치안 관료 10년, 외국 영사 7년, 국회의원 8년, 도지사 4년의 화려한 경력을 발판 삼아 마지막 도약을 노린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지사가 ‘결단’을 할 경우 충남은 물론 충청권 판세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 이번 <시사IN> 조사 결과 대전시장과 충북지사 선거는 이미 한나라당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런 마당에 충남까지 흔들린다면 한나라당은 충청권 전체를 야당에 내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이 지사가 “세종시가 세종시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절박감을 호소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운찬 카드’로 혼비백산했던 민주당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정운찬 후보자의 ‘세종시 축소 발언’이 적어도 충청권에서는 민주당에 전화위복이 되었기 때문이다. 당장 당 지지도에서부터 민주당이 강세를 보인다. 민주당 29.9%, 한나라당 27.5%, 자유선진당 19.9% 순이다. 비록 오차범위 안의 우세이긴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가 50%를 넘고 한나라당 지지도가 전국적으로 상승세인 상황에서 민주당이 앞서간다는 건 그만큼 충청권의 반MB 정서가 심상찮다는 의미다.
민주당 강세는 민주당 예비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민주당 예비후보 가운데 가장 앞서가는 인물은 안희정 최고위원이다(29.2%).
안 최고위원은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완구 지사에 형편없이 밀렸다. 하지만 이번 <시사IN> 조사에서는 24.4~26.2%대 지지율을 기록하며 상당히 격차를 좁혔다. 자유선진당에서 류근찬 의원(보령·서천)이 후보로 나선 3각 대결구도에서는 이완구 지사를 오차 범위 내로 추격했다. 류 의원이 이 지사 표를 상당 부분 잠식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 현직 대신 후보를 바꿀 경우에는 아예 야당이 이긴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가에서 친이 후보로 거론되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한나라당 후보로 넣었을 경우, 민주당 안희정, 자유선진당 류근찬 구도에서는 두 사람이 접전을 벌이고, 나머지 자유선진당 후보와의 대결 구도에서는 안희정 후보가 이긴다고 나타났다. 모든 대결 구도에서 정종환 후보는 3위로 처졌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자유선진당은 상당 부분 위세를 잃은 모양새다. 특히 충남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심대평 전 대표의 탈당 사태를 겪으면서 더 위축되고 있다. 류근찬·박상돈·이명수 등 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 다 현역 의원이라, 선뜻 배지를 떼고 선거전에 뛰어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