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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 왕따 당한 자유선진당

청룡검객 2009. 7. 23. 23:22

미디어법 통과, 그들은 본회의장에 없었다
[김선미의 세상읽기]한나라당에게 왕따 당한 자유선진당
2009년 07월 23일 (목) 17:26:49 김선미 편집위원 webmaster@dtnews24.com

거래를 하려면 제대로나 했어야 게도 구럭도 다 놓칠라

미디어법 개정안은 힘의 논리, 수의 논리로 ‘그렇게’ 처리됐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목을 매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악법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했던 미디어 관련법이 강행 처리된 국회 본회의장은 당연히 여야 의원들의 난투극이 벌어졌다.

그리고 찬-반 입장에 따라 환호와 분노가 교차됐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여야가 지난 수개 월 간 사활을 걸고 싸운 싸움의 대미를 장식하는, 미디어 시장의 지각 변동을 가져올 이 역사적 현장에 전혀 눈에 띄지 않은 정당이 있었다.

환호하는 그룹에도 분노하는 그룹 그 어디에도 그들의 면면은 볼 수가 없었다. 완벽한 증발.

이 날 그 시간 이 지역을 존립 기반으로 하는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자유선진당은 이날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김형오 국회의장 대신 한나라당 출신인 이윤성 부의장이 선진당 측에는 아무런 연락 없이 전광화석처럼 직권상정을 강행하는 바람에 표결 참여는커녕 본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직권상정 통보도 안 해줘 표결은커녕 들어가지도 못해

쉽게 말해 선진당은 아예 한나라당의 가시권 밖에 있었던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굳이 선진당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한나라당 단독으로도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총재가 본회의 참여를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선진당은 있어도 존재감이 없는 투명인간이 된 셈이다.

사실 한나라당에게 선진당이란 존재는 야당(?)인 선진당이 표결에 참여함으로써 말 많은 미디어법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명분 쌓기용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막판에 법안처리가 급해지면서 명분용으로도 활용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야권으로부터는 한-자 동맹, 한나라당 2중대, 사이비 야당이라는 모욕적인 언사까지 들으며 한나라당과 공조 자세를 취한 선진당이다. 그렇다면 선진당이 이번 미디어법 논란의 한 가운데서 욕을 먹으며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선진당은 세종시법 통과를 내세우고 있다. 미디어법 통과를 둘러싼 아수라장 속에 22일 세종시법이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자 선진당은 자축분위기가 역력했다. 심대평 대표는 23일 ‘행안위 법안소위 통과는 이회창 총재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성과’라며 자화자찬을 했다.

세종시법 통과에 자축, 그러나 한나절도 못가 빨간불

그러나 한 나절도 못가 발병이 났다. 행안위 전체회의가 민주당의 반발로 열리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충북 청원군 편입에 반대해 정우택 충북지사와 민주당 소속 충북지역 의원들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선진당은 민주당과 충북이 발목을 잡는다고 펄쩍 뛰고 있지만 선진당 같으면 죽기 살기로 반대한 법안에 여권에 발맞춰 찬성하고 나선 선진당에 협조하겠는가.

믿었던 한나라당도 오리발을 내밀기는 마찬가지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청원군 편입 문제와 관련 조진형 행안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주민 여론 수렴 절차를 밟아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다시 세종시법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야권 공조를 깨고 미디어법을 내주었지만 한나라당으로부터 확실한 보증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세종시법을 놓고 하고 싶지 않아 미적미적하고 질질 끄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한나라당과 거래를 하려면 제대로 했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 지역현안을 위해 야권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내준 것이 있으면 확실히 챙기는 것이라도 있어야지 이러다가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마치 닭 좇던 개 지붕 쳐다보듯 말이다.

의원직 걸고라도 미적거리는 정부와 한나라당 압박해야

양당이 사활을 건 미디어법도 일단 물 건너갔고 앞으로 뭘 갖고 세종시법을 비롯한 지역 현안을 챙길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전략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 지 말이다.

사실 선진당 당내에서도 이상민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세종시법과 미디어법을 연계해 본회의 참석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결과는 선진당을 무시한 채 미디어법은 통과되고 세종시법은 또다시 표류하게 생겼다.

선진당이 성과로 꼽는 행안위 법안소위도 그렇다. 물론 행정도시를 축소하려고 마음먹은 거대 여당과 정부에 맞서 애 쓴 것은 알겠지만 그 정도로는 미흡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행정도시 건설 예산 수백억 원이 전용되는가 하면 청사건립비도 또 깎이는 등 축소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 이전기관 변경고시를 약속 시한을 넘기고도 고시하지 않고 있다.

사안이 이럼에도 선진당은 이제 겨우 한 발자국 뗀 세종시법에 대해 무슨 대단한 업적이라도 쟁취한 듯 희희낙락하고 충청연대론 총리론에 귀를 세우고 있는 양상이다.

이 시점 선진당이 해야 할 일은 이런 것들이 아니라 의원직이라도 걸겠다는 자세로 정부와 한나라당을 강하게 압박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지역민에게 최소한의 체면이라도 서지 않을까 싶다.